칼리가 저택을 떠나고 루이레는 도망치듯 북쪽 마탑으로 향했다. 마탑주의 이름을 내려놓았지만 그는 여전히 북쪽 마탑의 소속이었고, 오랫동안 마탑주로 임해 머물렀던 만큼 꼭대기 방은 아직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유없이 찾아와도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없다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랐다. 명분은 칼리가 저택에 편히 머무르도록 하려는 배려였지만, 어디까지나 실속 없는...
“나 후계자 찾는 거 그만둘까봐.” 반쯤 드러누운 채로 불퉁하게 내뱉는 목소리에 잇따르는 한숨이 자연스럽다. 말하는 사람과 한숨 쉬는 사람이 다르다는 게 소소한 문제라면 문제였으나 당사자들에겐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엔리카는 목소리만 듣고도 루이레가 어떤 얼굴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었다. 그야, 지금의 마탑주가 후계자일 때부터 본 몇 안 되는 이가 자신...
한 번의 죽음 이후, 아이셀에게 시간의 흐름은 제법 무용했다. 이전에도 활발히 밖을 돌아다니거나 누군가와 소통을 하는 편은 전혀 아니었으나 ‘그 때’ 이후로는 거의 세상과 단절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단 한 순간의 암전이 보다 완벽한 고립을 불렀다. 그는 종종 그 순간 무엇을 보았는지 되뇌이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생각나는 건 거의 없었다. 마치 한나절의 꿈 ...
샘물에서 눈을 깜박인 순간 아이셀은 다른 곳에 있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이동 마법을 쓴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도착하고 나서야 괜찮은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막상 도착한 곳은 익숙하지는 않아도 한 번 와본 곳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수긍했다. 그러니까, 목적지를 정하지 않으면 아는 장소 중에 랜덤으로 당첨되는 모양이었다. 아이셀은 숨을 몰아쉬었다. ...
머릿속에 생각을 입력한 아벨로나의 마법은 실로 유용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이셀은 멍청히 앉아있다가 실제로 아벨로나의 가죽을 찢었을지도 모르고, 그건 환희에게라면 몰라도 침묵에게는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바스라지지 않은 팔을 꽉 붙잡고 아이셀은 새롭게 구성된 마녀의 샘물을 떠올렸다. 아벨로나가 타버린 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1초...
뉴욕에서 또 기상 이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건 거진 경이로운 확률에 가까웠다. 첫째, 아이셀이 휴대폰을 아공간에 넣어두지 않았으며, 둘째, 레이첼 마커스가 사업상의 문제로 뉴욕에 있었고, 셋째, 그러므로 아이셀은 레이첼의 문자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엄지손가락에 끼워둔 반지가 미묘한 얼룩이 생기고 미지근한 열기를 띠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다음은...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침묵의 마녀는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그 말을 생각한다. 인간은 시끄럽고, 연약하고, 또 너무나 빨리 죽어버려서… 지난 시간 동안 수많은 인간의 죽음과 탄생이 있었고 간혹 다른 세대의 마녀가 죽었으며, 그보다 더 가끔, 같은 세대의 마녀가 죽기도 했다. 아이셀은 그 모든 죽음을 관조하고, 언제나 그렇듯 새하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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